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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ing Project #1, 2016

> Performance, Poetry

너를 생각하는

나를 생각한다.

우리 마주침 이상으로

너를 담고있는지

생각한다.

너에게

나의 너를 보이자니

두려운 부끄러움이 앞서고

 

혼자

마주하자니 문득,

서러워진다.

 

나의 일렁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동력뿐임을 알지만

눈으로 삼킨 마음을 살살 흔들면

이것이 또한 너의 것이었으면 한다

  하고 싶지만 미처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곁에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지금은 옆에 없지만 전하고 싶은 말도 있다. 가슴 속에만 담아 둔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한 채 남아있고 전해지지 못하는 말은 어떤 가능성을 지닌 채, 다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는 행위의 순서를 미리 정해놓음으로서 그 행위의 본질이 변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더스팅 프로젝트에서는 글을 지우는 순서를 미리 정해놓음으로서 너무 예민해서 표현될 수 없던 것이 표현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퍼포먼스는 가슴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편지로 적은 후 이를 보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수신자는 이 글을 받을 수 있을 뿐 볼 수는 없다. 퍼포먼스는 익명으로 참가할 수 있으며 설치된 부스 안에서 단독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는 편지를 쓰고, 작성이 끝나면 직접 편지글을 지운 후 지우개가루를 유리병에 담는다. 지우개똥이 든 유리병은 편지지에 담겨 수신인에게 보내지거나, 참가자의 선택에 따라 부스 안에 남겨질 수도 있다.

  퍼포머는 편지가 지워진다는 사실을 미리 숙지한 채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편지는 퍼포머에 의해 지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작성자의 글에는 '기록'의 의미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표현의 자유가 들어선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시간만이 글이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이기에 그 글쓰기에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이는 미처 이야기할 수 없던 것이 담길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지우는 행위가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전제조건이 됨으로서, 이 '지워진 글'은 여느 '지워진 글'과는 다른 맥락 속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Dusting Project #2, 2016

> Performance

  보내지지 않고 남겨진 유리병은 사진으로 이미지화되었고, 이는 다시 지워졌다.

  지우는 행위의 순서가 달라지면 지워지는 대상의 의미 또한 달라진다. 지워질 편지에 포함되어 있던 것들 ; 섣불리 묻을 수 없던 호기심, 야기할 수 있던 무언의 가능성의 무게가 지우개똥으로 옮겨 가게 됨으로서, 지우개똥은 본래 글의 의미로 말미암아 어떤 늬앙스를 풍기게 된다. 지우는 것은 없애기 위한 행위이고 지우개똥은 그 결과로서 인식된다. 하지만 더스팅 프로젝트에서 지운다는 것은 표현하기 위한 행위이며, 동시에 지우개똥은 다른 형태로서 존재하는 글이다. 

 © 2024 by Youngky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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